[EU/REACH 차원의 규제 마련 준비] EU, 화학물질 규제 완화 추진에 엇갈린 반응
유럽연합(EU)이 화학물질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옴니버스‘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환경단체와 산업계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기존에 계획된 화학물질 분류·표시·포장 규정(Classification, Labelling and Packaging, CLP)의 개정을 철회하는 한편, 화장품 규정(Cosmetic Products Regulation, CPR)에서 발암성·변이원성·생식독성(CMR) 물질의 금지 기준과 예외 허용 절차를 변경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환경단체, 소비자 보호 약화 우려
환경단체들은 EU의 이번 규제 완화 추진이 시민 안전과 환경 보호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화학정책 NGO(ChemSec)의 테레사 셸 정책 책임자는 „EU 집행위원회가 산업계의 요구만을 반영한 규제 완화를 계속하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경우 시민 건강과 환경 보호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화장품 규정이 개정될 경우, 기업들이 발암성 물질을 더욱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럽환경사무국(European Environmental Bureau, EEB)의 돌로레스 로마노 정책담당자 역시 "이번 개정안은 라벨 정보를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어 안전을 위협한다"며 "규제 단순화라는 명목 아래 소비자 보호가 희생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나노기술 NGO인 아비센(Avicenn)의 마틸드 데체베리 대표는 "화장품 내 나노물질에 대한 사전 신고 의무 폐지하는 것은 공중보건에 매우 해로운 조치"라며 "기존 제도를 통해 12종의 나노물질이 금지됐던 성과가 무력화될 수 있다"이라고 강조했다.
산업계, 규제 명확화 통한 경쟁력 강화 기대
반면 산업계는 이번 개정안이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줄이고 규제 기준을 명확히 함으로써, 기업 운영의 효율성과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유럽화장품협회(Cosmetics Europe)의 존 차브 사무총장은 “현행 CMR 물질에 대한 예외 허가 절차는 기준이 모호하고 기한도 비현실적이어서, 기업들이 안전성을 충분히 입증하기 어려웠다”며 “이번 개정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검증된 물질이 보다 원활히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실질적인 개선책”이라고 평가했다.
중소기업연합(SMEunited)의 마르코 수슈닉 자문위원 역시 “직접적인 안전성과 무관한 과도한 규제가 정비되고 있어,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아로마테라피 업계와 같이 여전히 행정적 과잉 부담을 겪는 분야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유럽의회 내에서도 엇갈린 반응
유럽의회에서도 이번 개정안을 둘러싼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유럽의회 부의장이자 자유중도 성향의 리뉴 유럽(Renew Europe) 소속인 마르틴 호이식 의원(Renew Europe 소속)은 “EU 집행위원회가 공중보건과 산업 경쟁력 사이에서 균형 있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 믿는다”며 “독성 화학물질에 대한 보호 수준을 낮추는 제안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녹색당(Greens/EFA)의 유타 파울루스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결국 규제를 후퇴시키고, 로비 단체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조치”라며 “소비자 보호 수준을 또다시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
향후 전망
EU 집행위원회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오는 7월 8일 ‘화학물질 옴니버스’ 개정안을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발표는 환경단체, 산업계, 정치권 간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보이며, 최종 결정에 따라 유럽 내 화학물질 규제의 향후 방향이 본격적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출처: Chemical W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