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플라스틱 및 나노 입자] 미 FDA, 핵심 연구인력 해고 단행 및 식품 포장재 승인 지연 불가피
미국 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이 최근 단행한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인해, 식품 접촉 물질(Food Contact Materials, FCM) 관련 연구를 담당해온 핵심 과학자들이 대거 해고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식품 포장재의 사전 승인 심사뿐 아니라, 관련 연구 및 평가 체계 전반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FDA는 의약품, 식품, 의료기기, 화장품 등 소비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제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하고 규제하는 미국 연방정부 산하 기관이다. 특히 식품 포장재나 식품 첨가물에 사용되는 물질은 식품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용 전 FDA의 과학적 검토 및 사전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이번에 해고 통보를 받은 인력은 FDA 산하 식품가공과학기술부(Division of Food Processing Science and Technology, DFPST) 소속으로, 재활용 플라스틱, 포장재에서 식품으로의 물질 전이, 밀봉 무결성, 마이크로플라스틱 및 나노물질 등과 관련한 연구를 오랜 기간 수행해왔다. 그러나 이번 구조조정으로 해당 부서 소속 과학자 15명이 해고 대상에 포함됐으며, 이 중 상당수는 FDA 내에서 유일하게 물질 전이 연구를 수행해온 전문가들로 알려졌다.
FCM 사전 승인 심사 지연 불가피
FDA의 식품 접촉 물질 (FCM) 사전 승인 제도는, 기업이 새로운 포장재, 첨가제, 플라스틱 소재 등을 식품에 사용하고자 할 경우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절차다. 이 과정에서 DFPST는 복잡한 기술적 검토가 필요한 경우 규제 담당자들에게 실험 데이터와 과학적 자문을 제공하는 핵심 지원 역할을 수행해왔다.
브라이언 샤네버그(Brian Schaneberg) 박사(FDA 산하 연구소 소장)는 „재활용 플라스틱이나 나노소재처럼 새롭고 복합적인 기술을 과학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연구팀의 전문성과 경험 덕분이었다.“며, „이들이 현장을 떠나게 되면 규제 담당자들이 최신 과학 동향을 따라잡지 못하고, 정밀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어 „포장재의 이행 시뮬레이션이나 독성 데이터 해석 등 고도화된 분석이 부족해질 경우, 기업에 추가 자료 제출을 반복적으로 요구할 수밖에 없고, 결국 사전 승인 심사 기간도 지금보다 더 길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험실 기능 전면 중단 위기
DFPST는 단순히 식품 포장재의 안전성 평가에만 그치지 않고, 다음과 같은 다양한 식품 안전 분야에서 핵심적인 연구와 실험을 수행해왔다.
- 식품 및 분유 내 유해 오염물질 분석
- 식품 알레르기 유발 물질 검출
-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PAI) 등 식품 관련 전염병 발생 시 신속 대응 검사
- 지방 정부 및 민간 실험실을 대상으로 한 식품 안전 품질 인증 프로그램 운영
그러나 이번 인력 감축으로 인해 이러한 기능 대부분이 일시 중단되거나 장기적으로 폐지될 위기에 놓였다. 특히 이 실험실 소속 과학자들과 협업하던 대학원생들의 연구 역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DFPST의 한 연구원은 익명을 전제로 „우리는 단순한 학문 연구자가 아니라, 규제 체계를 이행하고 정책 결정에 필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는 전문가“라며, „외부 학계나 민간 과학자들이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의회 예산 개입 요구
브라이언 샤네버그 박사는 해당 실험실의 기능 유지를 위해 의회의 명확한 예산 배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건복지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식품 내 화학물질 문제를 주요 정책 과제로 내세운 상황에서, 이번 인력 감축은 정부 정책 기조와도 정면으로 충돌한다“며, „산업계와 과학계가 협력해 의회와 정부에 실질적인 대응을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
미국 내에서 식품 포장재에 대한 사전 승인 제도는 앞으로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지만, 핵심 전문가의 대거 이탈은 심사 절차의 속도와 정밀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재활용 소재와 나노기술의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할 과학적 기반이 약화되면 기업의 기술 개발은 물론, 규제 기관의 신뢰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조직 개편이나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식품 안전 시스템의 과학적 기반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는 구조적 위기라고 경고하고 있다.
출처: Chemical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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